문화/책

한강 - 채식주의자(2007)

Coldpraha 2018. 1. 25. 22:06


한강 - 채식주의자(2007) 


1. 꿈 속에서부터 시작된, 알 수 없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영혜의 극단적인 몸부림. 그 심리적 상태의 '근원적'인 이유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 영혜가 급작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된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던 자기 자신이 싫어서 그런 것일지,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당한 훈육과 집안 분위기에 의해서 표출된 것일까 다양하게 생각해봤다. 하지만 내 상식 선에서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바뀐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렸을 적 도살된 개를 보았던 것이 꿈에 나와 자신을 괴롭힌 것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현된 것이라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처음 채식을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조금만 이해해주려 했다면 타인과의 대화도 거부하고,  더 나아가 다른 가족들까지 파괴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가장 가까운 남편마저 자신을 이해하지 않고, 아버지는 손찌검까지 한 것이 영혜 자신을 가두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2. 영혜가 거부했던 고기는 단순히 육식에 대한 거부 그 이상의 모순적인 부분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엇이며, 내 안의 '고기', 혹은 현대 사회에 있어 '고기'로 대변되는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 내 안의 '고기'는 선입견과 호불호가 강해지는 것이다. 별로 길지 않은 삶을 살았는데도, 되레 짐작으로 무언가를 평가하고 판단해버린다. 그런 선입견들이 생기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선입견에 딱 맞는 사람이나 행위를 보게 되면 내 생각이 점점 고착화 되고,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서 조그마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내 안의 고기를 찾으면서 영희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볼 수 있었다. 사람들 개인은 이유없이 그냥 싫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그것을 좋아해줘야 하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으며, 그런 사람 또는 행위가 나에겐 혐오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한 주제로 타인과 애기하다 보면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 생각과 반대되는 사람은 나에게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냐, 그 사람(행위)는 자유 의지로 행한 것이고, 너에게 피해를 끼친 것이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혐오하는 것도 자유의지 이고, 왜 그것들을 이해해줘야 하는지?'
 
 다른 이야기로 현대 사회에서의 고기는 '스마트 폰'이라고 생각한다. 한 순간도 손에서 떼기 힘들고 정말 필요한 존재가 됐지만, 환멸을 느낄 때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으로 인해 사람들이 업무 시간 외에도 상사에게 연락이 와서 근로기준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 계속해서 대두되는 것이 있다. 또 '전통, 문화'도 고기라고 생각했다. 명절만 되면 꼭 화두가 되는 제사와 차례가 그것이다. 옛부터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과, 굳이 할 필요도 없으며 하더라도 간소화해야 한다는 이방이 충돌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고기'의 형질이 변하는데 그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3. 형부는 예술적 목적을 위해 영혜와 자신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고, 결국 성관계까지 맺는다. 이 일련의 행위들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가?

 - 예술적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 동기는 전혀 예술이지 않았다. 단시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의도된 것이었으며, 촬영 중에 잠시 그것을 잊었다 하더라도 결국 목적은 성관계였다. 비루한 자신의 몸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타인에게 그것을 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관음증에 가깝다고도 느껴졌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너무 쉽게 형부의 행동을 판단한 것일 수도 있지만, 누드 작품을 찍는 것이 단순히 인간의 몸이라는 예술 보다는 '인간의 나체를 보고 흥분할 수 밖에 없는 무의식'을 자극하는 외설이라고 느껴졌다.


4. 기타

 - 동물권, 생명 등의 윤리적 문제로 채식을 선택했다면, 세포 배양을 통한 '배양육'이 활성화 된다면? 즉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얻을 수 있다면?

 - 식울은 생명이 아닌가? 식물에 대한 윤리와 권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