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12일차_이탈리아 베네치아
유럽여행 12일차_이탈리아 베네치아
우리는 졸린 눈을 간신히 뜬 채로 바츨라프 하벨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표지판에 한글이 써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대체 왜 한글이 있는 걸까, 한국과 프라하의 교류가 원래 많았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대한항공이 2013년에 체코항공 지분을 사서 그런 것이었다.
우리는 프라하에서 Wizz Air를 탔다. 전 포스팅에서도 얘기했지만 프라하-베네치아 항공편은 매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날짜를 꼭 잘 확인해서 계획을 짜야한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트레비소 공항에 내린 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본섬으로 이동했다. 새벽이동을 하면 너무 피곤해서 공항에서 사진을 찍을 겨를이 없다. 그래서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찍은 첫 사진이 리알토 다리이다.
어찌저찌 한인민박 스텝을 만나서 방을 배정 받고,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서 짐만 두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참고로 베네치아는 정말 정말 덥다. 햇빛이 그냥 쏟아져 내린다. 그나마 다행인건 바다에 떠 있는 섬인데 그렇게 꿉꿉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16세기 말에 지어진 리알토 다리는 아직까지도 웅장하고 아름답다. 그 위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는 정말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베네치아에는 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바포레토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우리는 3박 4일 일정이기 때문에 72시간 티켓을 샀다. 바포레토는 위의 사진 처럼 안에서 의자에 앉아 있을 수도 있고, 앞쪽이나 뒤쪽에 나가서 서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체크인까지 할 것도 없고, 걸어다니기는 너무 피곤해서 본섬을 크게 도는 바포레토에 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참고로 창문 쪽에 앉으면 배가 흔들릴 때 바닷물을 맞을 수 있다.
탄식의 다리를 보기 위해서 바포레토에서 내렸다. 위 사진은 그냥 걷다가 찍은 사진이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한 폭의 그림이자 엽서가 또 나왔다. 바다가 바로 앞에서 반짝이고 그 위에 떠 있는 배들은 유럽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색다른 황홀감을 줬다. 죄수들이 감옥에 가기 전에 다리를 건너며 아름답고 자유로운 베네치아를 보며 탄식을 해서 '탄식의 다리'가 된 것인데, 그 마음을 절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는 골목이 정말 많고, 그 골목과 골목을 잇는 작은 다리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유난히 길을 찾기가 어려운데 우리는 구글 지도같은 건 쓰지 않고, 뭐 어떻게든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무작정 걸어다니면서 도시를 느꼈다. 그렇게 골목을 쏘다니다가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산 마르코 광장은 낮에 봐도 아름다운데, 밤에는 저 기둥마다 불이 들어와서 한층 더 매혹적이다.
디저트를 사랑하는 나는 젤라또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멈춰서 여기는 뭐가 맛있을까 구경했다. 아마 이 사진을 찍은 곳은 SUSO라는 젤라또 가게였는데 정말 정말 맛있었다. 진짜 어떤 맛을 먹어도 다 맛있는데, 쌀(리조)맛도 맛있으면서 쌀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수박 맛도 입에서 녹아버린다. 그냥 여러가지 맛을 다양한 가게에서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젤라또에 눈을 떠버린 우리 둘은 이탈리아에 있는 기간 내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먹게 된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또 골목 골목을 쏘다녔다. 정말 오랜 시간동안 이 곳에서 살아온 건물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 그 위에 떠 있는 다양한 배들과 많은 다리들이 절로 감탄을 짓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 소매치기도 많고 치안이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어와서 살짝 걱정 했는데, 도시를 순찰하는 군인과 경찰들이 꽤 많아서 살짝 경계심을 풀었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항상 소매치기와 도둑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선 안 됩니다. 절대)
앞서 말한 산 마르코 광장의 밤은 이런 모습이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다. 위의 사진은 한 까페겸 레스토랑 같은 곳이었는데, 저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지 않는 것이 정말 후회가 된다. 정말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야외든지, 실내의 고풍스러운 곳에서든지 꼭 커피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14세기 말 부유했던 베네치아에 있는 듯한 기분을 줄 것이다. 무조건 드세요. 두 번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