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27 뮤지컬 웃는 남자 (박효신, 신영숙, 민경아)
뮤지컬 웃는 남자를 알게 된 건 지하철 광고판을 통해서였다. 멍 때리면서 봐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광고를 봤을 땐 도대체 뭘 말하려는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어보였다. 아니 뭔지를 알아야 재밌는지 아닌지라도 알지ㅋㅋㅋ 포스터랑 프레스콜을 보고나서야 이해했다. 프레스콜영상에서는 박효신이 나오지도 않아서 더 의아했다. 최대한 유명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야 마케팅 측면에서 좋은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주 관객층이 한정적이고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그런 부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걸까.
뮤지컬 웃는 남자는 한강진 역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이다. 안타깝게도 11월 4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이 글을 보고 있다면 3층이라도 좋으니 당장 박효신 공연을 예매하길 바란다. 진짜 진심으로 당장 당장.
이 사진은 인터파크홀 1층 벽에 크게 붙어있는 포스터였다. 여기서도 주인공 그웬들린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주인공을 안 보여주는 뮤지컬이 어딨냐고라고 또 생각했다ㅋㅋㅋ 티켓파워가 있는 박효신과 신영숙이 주연이여서 그런지 공연장에 사람이 꽉 차있었다. 뭐 박효신은 콘서트가 몇 초만에 매진되는 가수니까 이런 일은 당연한 것이었다. 잡설은 여기까지 하고 3층 중간에서 본 자세한 후기를 적어보겠다.
<장점>
1. 무대 장치의 활용이 엄청나다. 평면적인 공간을 빛과 무대장치를 이용해서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건 마치 2D로 찍은 영화를 3D로 보는 느낌이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현란한 무대에 마음을 쏙 빼았겼다. 아니 어떻게 저런 연출을 할 수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공연 내내 들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무대였지만 그것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같은 소품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뒤집어서 같은 공간을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냈다.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앙상블들과 무대 소품들이 극의 흐름을 깨지 않고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었다. 정말 대단했다.
2. 박효신은 최고다. 괜히 김나박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 박효신이 그웬플린으로 등장 했을 때만해도 연기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연기였다. 목 컨디션도 좋았는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완벽한 무대를 소화해냈다. CD를 삼킨 듯한 가창력에 소름이 돋았다.
사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이미 웃는남자 앨범으로 박효신의 넘버를 주구장창 들었었다. 딱 한곡만. 그 곡이 실제 무대에서 불려지는 순간 깨달았다. 박효신은 CD보다 라이브가 더 좋다는 것을. 노래 칭찬은 여기까지 하고 연기 칭찬을 하겠다. 연기도 정말 잘했다. 극 중후반 부에 바뀌는 그웬플린을 정말 광기에 휩싸인 사람처럼 표현했다. 오죽했으면 난 그웬플렌이 살인자가 되는 줄 알았다.
3. 신영숙의 실력은 레베카의 영원한 생명과 레베카1을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브로 들으니까 역시 CD로 담아낼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배우였다. 넓은 무대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데 무대가 꽉 차보였다. 흔들리지 않는 음정과 쭉쭉 뻗어내는 고음과 매혹적인 목소리는 나를 매료시켰다. 그웬플린을 유혹하는 신시아나를 연기할 때는 내가 유혹 당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4. 박효신과 문종원의 하모니, 박효신과 민경아의 하모니 모두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목소리가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제발 모든 곡이 다 들어간 앨범이 나왔으면 좋겠다. 모든 넘버들이 다 좋다. 거를 곡이 하나도 없다.
<단점>
1. 조연(앙상블)배우들의 발음이 부정확한 편이었다. 극 초반부에 대사는 너무 씹혀서 뭐라고 말하는 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배역의 이름을 극 후반부에 가서 제대로 알았다.. 또 가끔 대사를 틀리는 경우까지 있어서 집중이 깨질 뻔했다. 대사가 틀리는 부분은 다행히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