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쌈한 인생
한강 - 소년이 온다(2014) 본문
한강 - 소년이 온다
1. 명령에 따라서 시민들에게 총을 쏘고 폭력을 가한 군인들은 시대의 희생자인가, 처벌 받아 마땅한 자인가.
- 명령에 따른 말단 군인이었다고 해도 가해자이고, 당연히 그들도 시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2007년 국방부 진상규명에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당시 공수부대는 시위 진압을 위해 폭력을 쓴 것이 아닌 체포를 위한 폭력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령에 따랐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이었다. 또한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여자(희생자)들을 강한 정치적 성향을 띈 투사 또는 폭도로 구분해서 폭력을 당연시 했던 것 또한 정치적인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라면 다양한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얻기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1980년 대는 군사 독재 시절로 정보가 통제되는 것이 쉬웠기 때문에 군인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분법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고민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시민들에게 폭력과 총격을 가하라고 한 주동자와 수뇌부가 가해자라는 것이다.
2. 내가 1980년의 광주시민이었다면 민주화 운동의 일원이 될 수 있었을까. 참여 여부에 상관 없이 후에 남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 처음에는 죽음이나 폭력이 두려워서 나는 당연히 참가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중 인물인 동호처럼 친구의 죽음이나 가족의 죽음을 보게 된다면 무조건 참가를 했을 것 같다. 가족이나 같은 동네에서 항상 보던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본다면 울분을 느낄 것이다. 이 시기에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참가를 했다면 당연히 후에 남을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고 숨어서 지냈다면 그 시대를 나만 흘려보냈다는 자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그 당시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 할 수는 없다. 동호의 어머니와 형은 책에서는 참가를 하지 않았고, 동호를 걱정하며 참가를 말린다. 많은 시민들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에 태어나지도 않고,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역사를 내가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그 분들에게 큰 실례가 될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과는 비교하기 힘들겠지만, 최근의 촛불시위를 예를 들어보겠다. 초기의 시위 때만 하더라도 나는 '어차피 바뀌지도 않을 나라인데 추운 날씨에 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밝혀지는 진실에 분노했고 나도 참여를 했다. 비록 비뚤어진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작은 마음에서 참여한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 나의 자식이나 누군가가 '이 때 참가했어?'라고 물어봤을 때 '아니, 난 TV에서 봤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도 있었다. 난 불참한 후에 남을 작은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3.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 -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가?
- 순자는 성악설에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그러므로 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계도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어찌보면 종교의 시작도 성악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담은 선악과를 먹고 타락을 했고, 부처도 각종 유혹과 타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가. 타락과 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종교가 발전하고, 종교의 최종 목표 또한 불교 용어인 열반이 아닌가.
광주민주화운동에서 폭력을 가한 군인들은 사람을 죽이거나 때려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즉 제도의 부재로 인해 자신들의 억눌려 있던 폭력성이 표출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 부터 악하다. 惡이라고 표현해서 너무 강한 느낌을 줄 수 있는데, 나는 이것에 이기심도 포함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모름지기 이기적이다. 나조차도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악이나 이기심을 실행하지 않고 질서나 법규를 지키는 것이 자신과 사회에 이익이라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게된 것 뿐이다.
4. 민주화운동에서 중고등학생도 주역이라 할 수있다. 그 '소년'들 처럼 현재의 학생들의 정치참여 즉 18세 선거권을 허가해야 하는가.
- OECD 회원국 가운데 만 19세 이상을 선거연령으로 정한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내가 20대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 일 수도 있지만, 고령화 현상이 점점 심각해져 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투표 연령이 어려지면 포퓰리즘이 더욱 판 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선거철이나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전 대통령만 하더라도 노인 복지를 실행하겠다고 외쳤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지만.
물론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것에는 제반 사항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고등학교 때 까지 모든 사람들은 제도권 교육에서 입시만을 위해 달려온다. 정치나 노동 동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것이 대학생이 되더라도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전공 수업을 듣느라 바쁘고 기껏해야 교양 수업을 들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우리는 정치에 대해서 제대로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 선거권 연령을 낮춰야한다. 고3과 성인을 가르는 요건이 단지 나이 한 살과 수능을 치룬 것 정도이고, 정치에 대해 모르는 것을 똑같은 데 참정권의 여부가 갈리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요즘 학생들에게 '급식충'이라고 표현하면서 비하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촛불시위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학생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선진국 수준에 맞춰 참정권을 확대시키기에 충분히 성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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