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쌈한 인생
폴 칼라니티 - 숨결이 바람될 때(2016) 본문
폴 칼라니티 - 숨결이 바람될 때
1. 병에 걸려 죽음에 가까워져 가지만 포기하지 않고 폴 처럼 레지던트 생활(직업, 일)을 계속 할 것인가? 죽음의 순간에서 본인이 할 행동은?
-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폴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폐암에 걸려서 자신의 인생이 한치 앞도 알 수없는 상황이 됐는데도 레지던트 생활을 어떻게 해서라든지 하는 것이 답답했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부터 예후가 최대한 적은 방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려하고, 병원에서도 일을 계속 하겠다고 주장한다. 또한 완치가 된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레지던트 일을 한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의사 일이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죽어가는데도 왜 치료에 전념하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행동들이 동료 의사나 담당의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느껴졌다.
나에게 시한부 선고가 내려진다면 슬퍼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안락사를 선택한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족과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한 후에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억지로 행복한 척 해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나도 억지로 행복한 척 해야하는 그런 상황이 더욱 고통스러울 것 같다. 조용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삶을 정리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 감상평
- 남들이 보기에 모든 것을 가진 폴이다. 최고의 대학들에서 영문학과 의학을 전공하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아 레지던트 생활을 순조롭게 해오고 다양한 곳에서 그를 영입하려고 노력한다. 암으로 죽어가는 몸이 아니라면 누가 봐도 성공한 인생이고, 그 미래 또한 보장돼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폴은 정말 불쌍한 사람이었다. 책 앞 부분에만 자신의 인생과 관련된 내용이 조금 나와있고, 가족이나 친구 아니 자기 자신에 대한 진솔한 얘기가 없어서 이 사람은 진짜 일만 하다 죽었구나 하는 연민의 감정이 생겼다. 자신이 병을 감지했을 때 아내에게 알리지 않고, 암을 알고 나서도 가족과 상의를 하거나 하는 모습이 부족한 것 같았다. 이 사람에게는 자신만 중요하고 가족은 필요가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아내는 그런 폴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는 이기적으로 자신의 아이까지 가지고 싶어한다.
너무나도 이기적이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살아온 이 남자의 책이 왜 베스트 셀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 제목을 처음 보고 나는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아름다운 이야기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목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책의 내용과 전혀 맞지 않는 제목이다.
이 책을 보면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떠올랐다. 최고의 의사였지만 사고로 손을 쓰기 힘들어졌고, 의사의 삶을 살 수 없게 된 주인공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손을 돌려 놓기 위해 수술을 몇 번 씩 한다. 그는 의사가 아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의 여자친구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의사가 아닌 삶도 삶이다, 다른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봐라'라고 말한다. 폴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문학에서도 능력이 있었고, 의사가 아니더라도 연구자의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암에 걸린 환자들을 상담해주는 인생을 살 수도 있었다.
자신의 존재 가치가 의사의 일이었던 가여운 폴.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어찌보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가여웠던 폴. 죽음을 앞두고 작성한 이 책이 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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