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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쌈한 인생
작년에 같은 제목으로 글을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어느 해나 똑같겠지만 2019년은 참 다사다난했던 해였다.흔들리는 시간도 많았지만 그런 시간들을 겪고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었다.2020년에는 작년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기로 다짐했다. 블로그도 다시 열심히 좀 하고..ㅎㅎㅎ 작년에 쓴 일기를 보니 뭘 다 가져다 버렸는데 올해는 딱히 버릴 건 없다. 왜냐하면 산 게 없기 때문이다.그대신 올해는 내 몸과 마음 속에 새로운 것들로 가득 채워야겠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옷장에 있는 안 입는 옷들을 꺼내고, 책상 안에 있는 필요 없는 것들을 큰 봉투에 담았다. 버리는 걸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버리려고 하니 자꾸 눈에 밟히는 것 같았다. 몇 년 동안 입지 않은 옷들인데도 괜히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왠지 살이 더 빠지면 입을 수 있을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래도 과감히 마음을 먹고 싹 다 가져다 버렸다. 먼지만 쌓이는 레고들도 다 처분하고, 멋으로 모아둔 신발 상자들도 다 치워버렸다. 그런데도 방은 별로 변한게 없는 느낌이다. 더 버려야 할 건 이제 남은 나태함 뿐이다.
12월이 되자마자 엄청난 추위가 찾아왔다. 12월 5일에는 첫 오리털야상을 꺼내 입었다. 이런 말을 적어둔 이유는 항상 계절이 바뀔 때 쯤에 '아 작년 이맘때는 뭐 입고 다녔지?'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점점 추워지는거도 아니고 하루 만에 10도가 떨어져서 영하의 날씨가 될 수 있을까. 그래도 러시아 형님들의 시베리아 찬바람 덕분에 미세먼지랑 황사를 안 먹어서 좋다. 추운 거는 밖에 덜 돌아다니고 옷을 많이 껴입으면 되는데 미세먼지는 뭘 아예 할 수가 없으니까 더 짜증난다. 점심 먹고 편의점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 메로나 보틀을 봤다. 뭔가 너무 귀여워서 하나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딱 먹어봤는데 진짜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녹인 맛이다 ㅋㅋㅋ 뭔가 한 번 정도 귀여운 맛..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라는 말을 요즘따라 더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해야했다. 물론 유년시절에는 과자를 먹을지 사탕을 먹을지 하는 무엇을 골라도 달콤한 선택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 때의 선택들은 대부분 선택 받은 것의 효과와 그렇지 못한 것들의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과자를 오늘 먹었으면 사탕은 내일 먹어야 하는 단순한 것들이었지만.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게 되는 선택은 달콤함과는 거리가 먼 씁쓸함과 찝찝함이었다. 무언가를 선택해도 시원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선택한 것과 하지 않은 것 두 가지 모두를 불안해하고 걱정하게 됐다. 그리고 그 선택은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한 번 선택한 결과가 몇 년 뒤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인생 전체를 흔들어 놓..
한강에서 연을 날려본게 거의 20년도 더 된 일인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방패연을 날렸던 거 같다. 한강에 바람이 너무 안 불어서 연을 못 날리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엄청나게 평온하게 연을 날리고 계셔서 깜짝 놀랐다. 한강 미니스톱에 연이 없는 곳도 있으니까 한 두군데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멀리 멀리 빠르게 달려도 연이 얼마 못 날고 떨어졌다. 예전엔 대충 달리다보면 연이 금방금방 잘 날았던거 같은데.. 내가 못 하는게 아니라 바람이 덜 불어서 그런거라고 합리화했다. 근데 반포한강공원 중간 중간에 살짝 언덕같이 생긴 곳에 올라가서 몇 발자국 뛰니까 연이 훌훌 날았다. 방금 전에 열심히 뛴게 무안할 정도로 너무 잘 날았다. 떨어질 거 같으면 실을 살짝 조였다가, 다시 풀어주고..
18.08.21 벌써 한 달 전의 개기월식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무심결에 본 기사. 21세기 들어 가장 긴 개기월식이 곧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마침 시간을 보니 20분 뒤부터 시작이었다. 옥상으로 올라와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보름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있었다. 지구와 달과의 거리는 약 38만 km. 달의 반지름은 지구의 4분의 1. 저렇게 멀리 있는데도 달은 꽤 크게 보인다. 저렇게 큰 달보다 네배 더 큰 지구. 이러한 행성들이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어떤 행성은 빛을 받을 것이고, 어떤 행성은 그 그림자에 가려질 것이다. 우주 어딘가에서 무수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신기하게 바라본다. 너무나도 멀리 있어서 가볼 수 없는 곳이지만 바라보는 것으로도 좋은 걸까. 하지만 정작 우..
18.03.06_SNS SNS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올리는 용도라고 하는데, 왜 내 블로그 특히 내 일기장에는 씁쓸한 애기만 담길까 나보다 못난 사람과 비교하면 뭐하겠냐는 생각에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곤 한다.물론 그들을 보면서 새로 나아갈 힘을 얻을 때도 많지만 요즘처럼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에는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인생무상이다.벌써 3월이다. 뭐했냐 진짜.언제쯤 희망찬 일기가, 행복한 일기가 써질까.
18.02.13_그렇게 어른이 된다 아버지가 퇴근하실 때 왜 치킨을 사오셨는지,주말에 이불 속에서 점심이 다 될 때까지 나오시지 않으셨는지이제는 알 것만 같습니다. 내가 힘들게 일해서 벌어온 돈으로 산 음식이 잠시마나 가족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 수 있기에부족한 잠을 조금이나마 채우려고 주말에 몰아서 자고 있는 나를이제는 보게 됐습니다. 난 하기 싫은 것도 많고, 집에 와서 짜증도 많이 내는데부모님은 어떻게 그 긴 기간 동안 참아 오셨을까요. 나도 당신들을 본받기 위해 즐겁지 않은데도 웃음을 지어봅니다.그렇게 저도 어른이 되나 봅니다. 겉으로나마.
18.02.06_2월 2018년이 정말 감흥 없이 다가온 만큼 2월은 생각치도 못하게 다가왔다.바쁘다는 말을 핑계로 미뤄둔 공부, 운동, 독서1월의 나는 도대체 뭘 하면서 지낸 걸까. 벌써 2018년도 1/12가 지났다.곧 있으면 2/12가 지나겠지. 시간은 흐르지만 나는 고여있었다.언제까지 이렇게 고여있을까..
18.01.25_나는 코끼리 등에 탄 채로 히말라야로 갔다. 눈을 떠보니 난 코끼리 등에 앉아 있었다. 사방이 눈으로 가득했던 그곳은 정말 신비했다.내 앞 코끼리에는 가이드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서 대열을 이끌고 있었다. 그 코끼리가 힘이 든지 잠시 대열에서 빠져나와 가만히 서있었다.내가 탄 코끼리가 선두에 섰다. 익숙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한두번 와본 솜씨가 아니었다. 주위 풍경을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정상에는 커다란 폭포가 있었다. 폭포에서 튀기는 물방울이 커다란 무지개를 만들고 있었다.그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폭포를 눈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나도 코끼리의 등에서 내려 카메라를 들었다.신비한 광경에 넋을 잃었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