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쌈한 인생
유럽여행 13일차_이탈리아 베네치아(부라노) 본문
유럽여행 13일차_이탈리아 베네치아
오늘도 햇빛이 정말 정말 뜨겁고 강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빨리 준비하고 일정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지금부터 나가면 가뜩이나 까만 피부가 더욱 탈 까봐 조금만 쉬었다가 나가자고 했다. 잠깐 쉬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들었다. 역시 여행으로 인한 피로가 꽤나 강하다. 유럽은 한국에서 정말 먼 곳인데다 비용 문제 때문에 여러번 오기는 힘들다. 그래서 일정을 빡빡하게 짜는 사람들이 많을텐데,너무 빡빡하게 짜면 체력적으로 금방 지치게 된다. 체력과 계획대로 여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생각해서 계획을 짜길 바란다.
다행히 부라노 섬에 도착했을 때는 햇빛이 많이 약해지고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뭔가 비가 올 듯 말 듯 한 날씨여서 약간 불안해졌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사진으로 많이 봤던 부라노여서 감흥이 덜 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이쁜 동네였다. 햇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날씨에는 더욱 아름다울 것 같았다. 다양한 색깔들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데도 튀는 것이 없이 조화가 되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골목골목을 쏘다니며 발견한 집이다. 이 건물을 본 순간 집주인은 예사로운 사람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 초록색 외벽과 색깔별로 널린 빨래들, 정렬된 화분들과 문을 가린 커텐이 한 폭의 그림처럼 모여있었다. 특히 저 빨래들은 분명히 무작위적으로 널어져 있는 것일 텐데, 마치 구도가 잡아져 있는 듯 했다.
보정하지 않은 사진인데 비가 올 것 같은 하늘 때문인지 부라노가 뿌옇게 담겼다. 베네치아 본 섬은 길이 좁고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다니는 길이 많은 반면에, 부라노는 길이 널찍널찍하고 한적한 느낌이다. 건물마다 색깔은 건물주가 칠하고 싶은 대로 칠한 걸까, 아니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지자체의 컨셉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건 아니고, 이 지역 고기잡이 배들이 알록달록 한 색으로 배를 칠하는 것에서 유래된 풍습이라고 한다. 집에 색을 칠하려면 정부에 신고를 하면 그 부지에 허가된 몇 가지 색 중에서 골라서 색을 칠해야 한다고 한다. 하긴 관광지로 유명한 동네인데 좀 말도 안되는 색으로 칠을 하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부라노에서 무라노로 이동하려는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일정도 널럴하니까 내일 가기로 결정하고 본 섬으로 배를 타고 가고 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바다 한복판에서 장대비가 쏟아지지, 파도는 또 얼마나 높은지 배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본 섬에 도착했는데 우산이 없어서 그냥 무작정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정신나간 사람처럼 비를 맞으면서 낄낄거리고 있는데, 어느 여자분이 이리로 들어오라고 해서 작은 성당 속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서 있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다시 나와서 점심을 한국어를 잘하는 셰프가 있는 어떤 파스타 집에가서 먹었는데, 그저 그런 맛이었다.
늘 말하지만 나는 디저트 덕후이다. 숙소 스텝이 티라미수 원조 가게가 있다고 알려줘서 와봤다. 사실 티라미수의 원조가 어딘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탈리아라는 설이 강하다고 한다. 마카롱도 당연히 프랑스 디저트라고 생각했는데, 어원이나 재료를 보면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신기하다. 골목 사이를 막 지나다니다가 겨우 찾은 곳이라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티라미수가 입에서 녹아버렸다. 사랑이다.
해가 뉘엇뉘엇 기울 때 쯤에 본섬을 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구석구석을 쏘다니다 보니 이제 왠만한 유명한 길은 다 외워버렸다. 밤이되고 조명이 켜진 탄식의 다리는 어제 낮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뭔가 저 건축물이 몇 백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고, 영화 세트장을 남겨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내일은 무라노와 리도에 가서 바닷물에 발 좀 담구고 와야겠다.그래서 잠들기 전에 침대에서 비가 안 오길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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